
오늘도 눈을 뜨자마자 잘게 쪼개진 일정표를 확인한다. 업무는 효율적으로, 자기 계발은 꾸준히, 주말엔 알찬 휴식까지 챙겨야 한다. 스스로를 잘 관리된 프로젝트처럼 다루며, 잠시라도 멈추는 것을 곧 도태되는 것으로 착각한다.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앞서가야 한다는 강박은 끊임없이 스스로를 채찍질하게 만든다. 그렇게 어른이 되었지만, 우리 마음 한구석엔 여전히 숙제를 다 끝내지 못한 어린아이 같은 불안함이 자리 잡고 있다.
문득 이런 의문이 든다. 우리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 이렇게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도록 달리는 것인가. 매일 열심히 무언가를 해내고 있지만, 정작 마음 한구석은 늘 텅 비어 있다. 오히려 속도를 내는 데 급급해 주변을 살피지 못하고, 나라는 사람을 온전히 들여다보는 시간조차 '비효율적'이라며 밀어내다 보니 그 빈자리는 더 커져만 간다.
사실 문제는 우리 자신에게 너무 가혹하다는 데 있다. 어른이라면 완벽해야 하고, 흔들림 없이 생산적이어야 한다는 사회의 잣대가 우리를 한순간도 가만히 두지 않아서다. 하지만 인생이 꼭 정해진 답을 향해 달리는 과정일 필요는 없다. 고장 난 시계도 하루에 두 번은 맞듯이, 우리 삶도 때로는 멈춰 서서 길을 좀 잃어봐야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어디로 가고 싶은지 비로소 보이기 마련이다.
이제는 스스로에게 들이대던 '효율'이라는 잣대를 잠시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 일을 조금 못 해도, 계획이 생각대로 안 되어도, 주말 내내 아무것도 안 하고 침대에만 누워 있어도 괜찮다. 그건 실패가 아니라, 잠시 멈춰 서서 숨을 고르는 일일 뿐이다. 오히려 그 느슨한 시간들이 우리를 다시 움직이게 하는 가장 큰 에너지가 된다.
완벽하려고 애쓰는 대신, 조금은 헐겁게 살아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세상이 말하는 '어른의 기준'에 나를 억지로 끼워 맞추느라 정작 가장 소중한 나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만큼 안타까운 일은 없기 때문이다. 때로는 서툴고, 자주 길을 잃고, 가끔은 눈물도 나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살아있다는 증거이자, 계속 나아갈 수 있는 힘이다.
이번 주말에는 계획표를 잠시 덮어두어도 좋다. 거창한 게 아니어도 괜찮다. 목적지 없는 산책을 하거나, 읽다 만 책장을 넘기거나, 그냥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건 무의미한 시간이 아니라, '어른'이라는 무거운 갑옷을 잠시 벗어던지고 온전한 '나'를 마주하는 가장 귀한 시간이다.
오늘도 치열하게 하루를 보낸 당신, 참 애썼다. 너무 완벽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 당신은 이미 충분히, 그리고 아주 열심히 살아가고 있으니까.
[심선보]
칼럼니스트
머니파이 대표
금융투자 강사
월간 시사문단 신인상 시부문 작가 등단
저서:‘마음이 머물다 간 자리’, ‘초보를 위한 NPL 투자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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