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안과 밖
오월의 이팝나무꽃은 가난보다 희다
허기를 물린 밥상에
밥알처럼 흩어지는 꽃잎
꾹꾹 뭉쳐 한입 베어 먹는다
새벽안개에 반쯤 가려진 채
옆구리에서부터 사라져 가던 얼굴들
물길 따라 저물고
오월의 바깥은 꽃과 벌의
수간을 놓던 긴 해에 눈이 시렸다
여러 해를 시대의 가난 위를 걷기도 했다
동상에 헌 뒤꿈치 해져 절뚝거리는 시간
절박함은 천형으로 무릎을 때렸다
아스팔트 위를 선회하는
간절함은 봄바람 속에서 하얗게 흩어졌다
허기진 목소리도 이토록 희진 않았다
그 후
내 안의 언어는 꽃의 배열과 청년들의 발자국이
기하학적으로 시간을 밟고 나갔다
모진 시간의 귀가 봄비에 무뎌져 가고
나무마다 여름이 묻어날 즈음
어머니는 고향을 찾으신 후 산바람이 되었다
그 후
나의 시간은 유리 위를 걸었다
고목이 된 시간,
어머니가 살던 집엔 누군가 산다
바지랑대 끝에서 바스스 떠는 바람
실개천을 밝힌 이팝나무꽃도
아득한 시절 그 가난보다 희진 않았다

[전나문]
2025년 『월간시인』 등단.
시집 『느린 편지』.
동서문학상,
한국청소년신문사 문예대상 등 수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