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탕아들의 이야기가 있었다. 나는 그런 이야기들을 열정적으로 읽었다. 그런데도 내 마음을 더욱 강하게 끌어당긴 것은 악당들과 탕아들이 살아가는 대목이었다. 만약 그런 고백이 허락된다면, 나는 때때로 탕아가 참회하여 다시 받아들여지는 결말이 오히려 못내 아쉬웠다.
내 죄는 악마에게 손을 내밀었다는 사실이었다. 왜 나는 그를 따라갔을까? 왜 나는 아버지보다 크로머의 말을 더 잘 따랐을까? 왜 그 도둑질 이야기를 꾸며냈을까? 왜 죄를 마치 영웅담인 양 떠벌렸을까?
나는 철이 들면서 싸움 한 번 제대로 하지 않았다. 남동생만 셋이나 있는 가난한 집의 장남답게 자랐다. 참으로 착한 아이였다. 하지만 내 안에서 용암이 항상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는 걸 어느 누가 알았으랴?
30대 중반, 교직을 그만두고 구름처럼 떠돌며 시 공부를 하던 때였다. 뒤풀이 시간에 사달이 났다. 옆 테이블 사람들과 주먹다짐을 하게 되었다. 급기야 경찰이 출동하고서야 싸움은 끝났다.
경찰서에서 훈방으로 나온 우리는 첫 새벽 전철을 탔다. 사람들이 힐긋힐긋 우리를 쳐다보았다. 내가 그들을 휘둘러보자 다들 눈을 피했다. 온몸에 핏자국이 얼룩진 옷을 입은 나는 ‘영웅’이었다.
나는 그때 ‘나의 악마’를 만난 것이다. 악마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꼭꼭 눌러 놓은 ‘그림자(어두운 우리의 모습)’다.
한평생 학문의 한길을 걸어간 파우스트 박사는 자살하려 한다. 그의 앞에 나타난 악마(메피스토펠레스)는 말한다.
“나는 악을 추구하지만, 끝내 선을 이룩하는 힘이다.”
그의 말대로 파우스트는 결국 구원을 받게 된다.
‘내 죄는 악마에게 손을 내밀었다는 사실이었다.’
자기실현(自己實現)을 향한 통과의례다.
이 의례를 제대로 해내지 못한 사람들은 결국에는 악마가 되어버리는 것 같다. 가끔 언론에 등장하는 엽기적인 사건의 주인공들이다.
[고석근]
수필가
인문학 강사
한국산문 신인상
제6회 민들레문학상 수상.
이메일: ksk21ccc-@daum.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