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빛은 한순간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간다. 그러나 그 빛이 남긴 기억은 오래도록 마음속에 머문다. 인간의 삶 또한 그렇다. 수많은 만남과 시간들이 흩어진 기억의 파편으로 남지만, 그것들은 또 다른 삶의 의미로 재구성되며 현재의 나를 만들어 간다.
공병련 작가의 초대전 '빛의 잔해, 기억의 구성(Fragments of Light, Compositions of Memory)'은 바로 이러한 질문에서 시작된다. 사라진 빛의 흔적과 시간 속에 켜켜이 쌓인 기억들이 예술이라는 새로운 언어를 통해 다시 태어나는 순간을 관객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는 지난 7월 22일부터 오는 8월 11일까지 서울 종로구 나마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 제목이 말해주듯 작품들은 단순한 시각적 아름다움을 넘어 '빛'과 '기억', 그리고 '시간'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탐구한다.
포스터 속 작품들은 다채로운 색채와 빛의 조화를 통해 신비로운 공간을 연출하고 있다. 저마다 다른 형상과 빛깔을 가진 조형물들은 마치 우리 삶의 기억 조각들을 닮아 있다. 흩어진 듯 보이지만 서로 연결되어 하나의 세계를 이루고, 빛을 받는 방향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을 드러낸다. 기억 또한 그러하다. 같은 기억이라도 어느 시간에,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갖게 된다.
공병련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빛의 물성과 시간성을 예술로 풀어내고 있다. 빛은 찰나의 순간이지만, 그 흔적은 우리의 기억 속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작가가 작품 속에 담아낸 수많은 색채의 층위는 지나온 삶의 시간들을 상징하는 듯하다.
오늘날 우리는 너무 빠른 시간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어제의 기억은 쉽게 잊히고, 오늘의 감동마저 금세 사라진다. 그럼에도 인간은 기억하기에 성장하고, 기억하기에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 '빛의 잔해, 기억의 구성'이라는 전시 제목은 어쩌면 잊힌 기억의 파편들조차 새로운 의미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인지도 모른다.
예술은 정답을 말하지 않는다. 다만 질문을 던질 뿐이다. 이번 전시 역시 관람객들에게 "당신에게 빛은 무엇이며, 기억은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는가"라는 질문을 조용히 건넨다. 그리고 그 질문의 답은 작품을 바라보는 사람마다 서로 다르게 완성될 것이다.
한 점의 작품이 누군가에게는 지나간 사랑의 기억이 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삶을 향한 희망의 빛이 될 수 있다. 예술이 지닌 가장 큰 힘은 바로 여기에 있다. 빛은 사라져도 기억은 남는다. 그리고 남겨진 기억들은 또 다른 빛이 되어 우리 삶을 비춘다. 공병련 작가의 '빛의 잔해, 기억의 구성'은 그 아름다운 순환을 담아낸 전시라 할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