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미는 울고, 증권사는 웃고, 정부는 세금을 거둔다."
오늘날 대한민국 주식시장의 민낯을 이보다 더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말이 있을까. 주식시장은 원래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고 국민이 건전한 자산 형성에 참여하는 자본주의의 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주식시장은 그 본래의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투자보다 투기가, 기업의 가치보다 가격의 등락이 더 중요해진 시장은 이제 도박장을 방불케 하고 있다.
특히 최근 논란이 된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는 이러한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하루 만에 수십 퍼센트의 수익과 손실이 갈리는 상품에 수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문제는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2030세대라는 점이다. 월급만으로는 집 한 채 마련하기 어려운 시대에 젊은이들은 '영끌'과 '빚투'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그러나 시장은 결코 그들에게 관대하지 않았다.
많은 젊은 투자자들이 신용거래를 통해 빚을 내 투자했다가 순식간에 큰 손실을 입고 있다. 주가가 조금만 급락해도 증권사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반대매매를 통해 채권을 회수한다. 투자자는 평생 모은 돈을 잃고 빚까지 떠안지만, 증권사는 거래 수수료와 이자를 챙긴다. 정부 역시 거래 과정에서 세금을 거둬들인다. 결국 모든 위험과 손실은 개미 투자자들의 몫으로 남는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시장이 과열될 때는 혁신 금융상품이라고 치켜세우다가 문제가 발생하면 "투자는 자기 책임"이라는 말 한마디로 모든 것을 끝내버린다. 물론 투자에는 자기 책임의 원칙이 따른다. 그러나 정부가 제도를 만들고 상품의 길을 열어주었다면 시장의 건전성을 지키는 책임 또한 외면해서는 안 된다.
주식시장은 카지노가 아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사고파는 단타 거래가 일상이 되고, 기업의 미래가 아니라 몇 분 뒤의 주가를 예측하는 것이 투자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시장에서는 기업도 성장하지 못하고 국민의 자산도 지켜질 수 없다. 돈이 돈을 쫓아다니는 투기판만 남을 뿐이다.
우리는 지금 중요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주식시장은 누구를 위한 시장인가. 기업을 위한 시장인가, 국민을 위한 시장인가, 아니면 금융회사의 수익을 위한 시장인가. 개미 투자자들이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데 거래량 증가를 시장의 성공으로 평가한다면 그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문제가 된 ETF의 상장폐지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더욱 강력한 투자자 보호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고위험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 자격을 강화하고, 과도한 신용거래를 제한할 필요도 있다. 금융당국은 거래 활성화가 아니라 시장의 건전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한다. 무엇보다 젊은 세대가 '한탕의 꿈'을 좇아 빚을 내 투자하지 않도록 금융교육과 제도적 안전장치를 강화해야 한다.
정부가 시장을 움직이려 할수록 시장은 왜곡된다. 시장은 원래 보이지 않는 손에 맡겨져야 한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시장에 개입해 투기를 부추기는 것이 아니라 공정한 규칙을 만들고 시장 질서를 바로 세우는 것이다. 그것이 자유시장경제를 지키는 길이다.
자본주의의 꽃이 시들고 도박장의 꽃만 피어나는 사회는 결코 건강할 수 없다. 청년들이 희망을 걸었던 주식시장이 절망의 시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 개미 투자자들의 눈물이 더 이상 누구의 수익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제 금융당국은 답해야 한다. 시장을 키울 것인가, 아니면 투기판을 키울 것인가. 그 선택의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