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용 칼럼] 디카시론의 영감론 비판과 현대 시학적 재정의

‘영감’에서 ‘언어의 실천’으로

1. 들어가기: 디카시론의 문제의식과 영감론의 회귀

디카시는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탄생한 새로운 시 형식이다. 사진 이미지와 언어적 표현이 결합된 혼성 텍스트이다. 현대 미디어 환경 속에서 시적 소통의 확장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아 왔다. 디카시는 사진과 언어의 병치를 통해 시각적 감각과 언어적 정서를 결합하려는 시도이다. 그 창작론의 이론적 기반을 살펴보면, 디카시를 ‘순간적 영감과 섬광의 산물’로 규정하는 경향이 강하게 드러난다.

 

이상옥과 김종회를 중심으로 한 디카시 창작론은 공통적으로 ‘영감’(靈感)과 ‘섬광’(閃光)을 핵심 개념으로 제시한다. 이상옥은 디카시를 “영감으로 포착한 현실 자체를 날시(raw poem)로 보고, 그것을 언어로 육화”한 것이라 정의한다. 이상옥은 『앙코르 디카시』(2010)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시인이 영감으로 포착한 현실 자체를 ‘날시’(그렇다고 모든 현실이 날시가 되는 것은 아니다)로 보고 그것을 육화하듯이 언어로 옮겨 놓는다. 

― 이상옥, 『앙코르 디카시』, 15-16쪽.

 

김종회 또한 디카시를 “시인의 창작 역량과 노력에, 영감과 섬광의 시간이 함께 작동하는 예술 형식”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진술은 시 창작의 본질을 초월적 계시나 직관적 감각의 순간에 의존함을 전제로 한다. 디카시의 창작 과정을 ‘영감’에 기반한 것이라고 아래와 같이 전제한다. 

 

디카시는 시인의 창작 역량과 노력에, 영감(靈感)을 더하고 섬광(閃光)의 시간이 함께 작동하는 예술 형식이다.

― 김종회, 『디카시, 이렇게 읽고 쓰다』, 64쪽.

 

한국 현대 시학은 이미 ‘영감의 시학’을 극복해 왔다. 시는 더는 초월적 도래의 산물이 아닌 언어를 통한 인식과 구성의 결과로 이해한다. 일부 디카시론은 영감론에 의존하지 않고, 이미지와 텍스트 상호 작용이나 매체적 감각 실험에 초점을 맞추기도 한다. 그들은 디카시를 영감의 산물로 보지 않고, 이미지와 텍스트의 상호텍스트성과 기호의 배열 구조를 중심으로 분석한다.

 

이러한 디카시론의 영감 개념은 단순한 낭만주의적 직관주의에 그치지 않는다. 그 이론적 구조는 고대 플라톤의 시인관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플라톤은 『이온』에서 소크라테스의 말을 빌려 아래와 같이 말했다.

 

시인은 가볍고 날개 달린 신성한 존재이며, 신들리고 제정신이 아니고 이성을 잃기 전까지는 작시를 할 수 없기 때문이오.

― 플라톤, 천병희 옮김, 『이온 크라튈로스』, 숲, 2014, 23-24쪽.

 

시인이라는 존재는 저마다 자기에게 영감을 불어 넣은 신에게 홀린 신들의 대변자에 지나지 않음을 보여 주는 듯해요.

― 위의 책, 25쪽.

 

이는 시인을 인간 내부의 이성이 아닌 외부의 신적인 힘에 의존하는 존재로 규정한 것이다. 시 창작을 기술(téchnē)이 아닌 광기(manía)의 결과라고 본 것이다.

 

플라톤이 『이온』에서는 시인을 ‘광기’(manía)의 존재로 규정하지만, 『국가』에서는 시를 ‘모방’(mimesis)의 문제로 다루면서 영감을 인정하면서도 철인이 통치하는 국가에서는 시민들의 정신을 혼미하게 하는 시인을 추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파이드로스』에서는 소크라테스의 말을 빌려 광기를 “인간의 열병에 의해 생기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일상의 관습에서 벗어난 신적인 일탈에 의해 생기는 것”(플라톤, 조대호 역해, 『파이드로스』, 문예출판사, 2008, 111쪽)이라며 ‘철학적 광기’로 재평가한다. 즉, 플라톤 내부에서도 시·영감 개념은 단일하지 않다. 이 글은 플라톤 전체가 아닌 디카시론이 선택적으로 호출한 『이온』의 영감 구조만을 문제 삼는다.

 

이상옥의 디카시론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날시’ 개념 역시 이와 유사한 구조를 가진다. 그는 디카시의 출발을 의도적 언어 구성 이전의 상태로 설정한다. “시인이 영감으로 포착한 현실 자체”(이상옥, 『앙코르 디카시』, 15–16쪽)를 시의 원형으로 제시한다. 이는 시의 의미 생성이 언어의 선택과 구성에서 비롯된다는 현대 시학의 전제를 거부하고, 시를 언어 이전의 감응에 귀속시키는 플라톤적 영감론의 현대적 변주라 할 수 있다.

 

이 글은 디카시론이 시의 의미 생성을 언어의 선택과 구성 이전의 감응에 귀속시킴으로써, 플라톤적 영감론을 현대적으로 변주하고 있음을 비판하고, 이를 ‘언어의 실천’ 관점에서 재정의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2. 영감의 신화와 창작 주체의 수동화

이상옥과 김종회의 디카시론은 모두 시인을 외부 현실의 수용자이자 ‘영감의 매개자’로 설정한다. 이는 고대 그리스 시학의 뮤즈 숭배 전통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플라톤은 『이온』에서 시인을 ‘신에게 홀린 자’로 규정한다. 시 창작을 이성적 통제 너머의 광기적 행위로 본다. 이러한 인식은 낭만주의 시기까지 이어진다. 시인을 ‘신탁의 통로’로 신화화한다.

 

이상옥의 ‘날시’ 개념은 영감론을 현대적으로 반복한 이론이다. 이상옥의 디카시론은 단순한 감각주의가 아닌 플라톤의 인식론을 은근히 호출한다. 그는 플라톤을 인용하며 “우리가 세계를 살며 배우는 모든 것은 새롭게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영혼이 오래전에 알고 있었던 진리를 다시 떠올리는 과정”(이상옥, 『디카시와 철학』, 2025, 18쪽)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이 회상의 구조가 “디카시 창작에서의 날시 개념과 깊이 맞닿는다”(위의 책, 18쪽)고 말한다.

 

이때 날시는 언어적 구성의 결과가 아니라, 영혼 내부에 선재한 진실이 감각을 계기로 호출되는 순간으로 이해한다. 이상옥은 날시를 “아직 형태를 갖추지 않은 시적 이데아”이자 “감각 세계 속에서 이데아가 남긴 흔적”(위의 책, 17쪽)으로 규정한다. 이 정의는 영감을 부정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영감의 초월적 기원을 ‘신’에서 ‘영혼’으로 이동시켰을 뿐이다. 시는 여전히 언어의 산물이 아닌 이미 존재하던 본질의 불완전한 표상으로 이해한다.

 

이로써 시인을 이미 존재하던 본질을 현실에서 포착해 옮기는 수동적 매개자로 축소한다. 언어의 구성적 역할, 형식의 조율, 상징의 구축, 기호의 배치와 같은 창작의 노동을 이론적으로 삭제한다. 시를 감각의 기록으로 환원하고, 시인을 초월적 감응의 수동적 존재로 격하한다.

 

김종회의 ‘섬광의 시간’도 시인을 수동적 존재로 설정한다. 영감을 창작의 핵심으로 보는 것은 시를 언어적 실천이 아닌 감각적 반사로 축소한다. 

바흐친(Mikhail Mikhailovich Bakhtin, 1895~1975)이 지적했듯, 영감을 핑계로 한 무책임성은 타당하지 않다. 바흐친은 「예술과 책임」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아래와 같이 ‘영감’의 무책임성을 언급한다.

 

‘영감’을 끌어들여 무책임을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 생활을 무시하고 스스로도 생활에 의해 무시당하는 식의 영감은, 영감이 아니라 홀림의 상태일 뿐이다.

― 미하일 바흐찐, 최건영 옮김, 『예술과 책임』, 뿔, 2011, 13쪽.

 

‘영감’이란 것을 구실로 무책임성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삶을 무시하고, 삶에 의해 무시당하기도 하는 영감은 영감이 아니라 쓸데없이 또 하나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 미하일 바흐찐, 이득재 옮김, 『바흐찐의 소설 미학』, 열린책들, 1988, 18쪽.

 

이는 바흐친이 영감을 윤리적 책임 회피의 구실로 사용하는 태도를 비판한 부분이다. 디카시론의 영감 중심 창작관을 비판하는 데 충분한 이론적 연결점을 제공한다.

 

이상옥은 날시가 “절대로 직접 표현될 수 없는 시적 실재이자 창작의 원천”이라고 말한다. 디카시는 “그 날시가 이 세계에 흔적으로 남긴 하나의 복합 기호 체계일 뿐”(이상옥, 앞의 책, 2025, 18쪽)이라고 규정한다. 이 진술은 언어를 창작의 중심에서 밀어내고, 시인을 표현 불가능한 원천의 매개자로 위치시킨다.

 

이 구조는 플라톤이 『이온』에서 제시한 영감론과 정확히 겹친다. 말할 수 없는 원천, 비의도적 발화, 시인의 수동성이라는 도식은 그대로 유지한다. 디카시론은 영감을 폐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철학적 어휘로 영감론을 세련되게 재포장했을 뿐이다.

 

결국, 디카시론의 영감론은 시 창작의 본질을 왜곡한다. 시는 감각의 포착이 아닌 언어를 통해 현실을 재구성하고 내면화하는 행위이다. ‘영감으로 포착한 현실’이라는 표현은 창작의 본질을 외부로 이동시키는 낭만적 신화에 불과하다. 

 

3. 현대 시학의 언어적 주체와 내면화

모더니즘 이후 시학의 핵심은 ‘언어의 자율성’이다. 시는 외부 세계의 반영이 아닌 언어를 통해 세계를 재구성하는 실천이다. 언어는 단순한 재현의 도구가 아니다. 인식의 구조이자 의미 생산의 장이다. 따라서 시인은 영감의 수용자가 아닌 언어의 실험자이다. 기호의 구조를 전복하는 창조적 주체이다.

 

일부 디카시론은 사진 이미지의 즉각성과 비언어성을 근거로, 이를 일종의 ‘계시적 체험’에 비유하기도 한다. 이때 자주 호출되는 철학자가 토마스 아퀴나스이다. 이상옥은 디카시에서 사진 기호를 신앙에서의 계시에, 문자 기호를 이성적 해석에 대응시키며, 이를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앙과 이성의 조화 구조”(위의 책, 33–34쪽)에 빗대어 설명한다.

 

아퀴나스에게 계시는 감각적 충격이나 직관적 인상이 아닌 이성이 도달할 수 없는 진리가 신적 의지에 의해 선행적으로 주어지는 초자연적 사건이다. 따라서 사진 이미지의 즉각성을 계시로 환원하는 순간, 계시는 초자연적 질서를 상실하고 강렬한 감각 인상으로 축소한다.

 

이는 아퀴나스의 계시 개념을 신학적으로 계승한 것이 아니다. 미학적 은유로 전용한 결과이다. 물론 사진 이미지의 즉각적 감응을 계시의 은유로 사용하는 것은 비평적 수사 차원에서는 가능하다. 문제는 이 은유가 철학적 개념의 정의를 대체하는 순간 발생한다. 계시는 감각적 인상이 아닌 초자연적 진리의 선행적 부여이다. 이를 사진 기호의 즉각성과 동일시하는 해석은 아퀴나스 사유의 핵심 전제를 벗어난다.

 

한국에서 롤랑 바르트의 『카메라 루시다(La Chambre claire)』를 번역한 책은 두 권이다. 이러한 계시 개념의 오용은 ‘영감’과 ‘섬광’을 외부에서 주어진 사건으로 이해할 때 반복한다. 사진 이론 내부에서 이 개념이 어떻게 재정의하는지는 롤랑 바르트의 논의에서 보다 분명하게 드러난다.

 

조광희가 번역한 『카메라 루시다(La Chambre claire)』(설화당, 1986), 김웅권이 번역한 『밝은 방』(동문선, 2006)에서 언급한 ‘영감’과 ‘섬광’ 부분을 살펴본다. 

 

하찮은 세부가 온통, 사진에 관한 나의 시선을 흥분시킨다. 그것은 나의 관심의 격렬한 변화, 하나의 섬광이다. 그 어떤 것의 표지에 의해, 사진은 이미 보잘것없는 것이 아니다. 그 어떤 것은 번개 같은 영감을 일으켰고, 하나의 작은 흔들림, 공(空)의 스침을 유발시켰다.

― 롤랑 바르트, 조광희 옮김, 『카메라 루시다』, 52쪽.

 

하나의 세부 요소가 나의 읽기를 온통 사로잡는다. 내 관심의 격렬한 변화, 섬광과 같은 것이 나타난다. 사진은 무언가의 표지를 통해서 더 이상 하찮은 것이 아니다. 이 무언가가 영감을 불러일으켰고, 내 안에서 작은 전복, 사토리, 즉 어떤 공(空)의 지나감을 야기시켰다.

― 롤랑 바르트, 김웅권 옮김, 『밝은 방』, 67쪽.

 

여기서 “나의 관심의 격렬한 변화, 하나의 섬광이다.”와 “내 관심의 격렬한 변화, 섬광과 같은 것이 나타난다.”라는 문장에 주목해 본다. 여기서 ‘섬광’과 ‘영감’은 모두 외부에서 주어진 계시가 아니다. 주체 내부에서 발생하는 관심과 인식의 변화, 즉 내면화의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

 

롤랑 바르트는 ‘섬광(éclair)’을 언급하며 사진의 감응을 설명하지만, 그것을 초월적 계시로 보지 않는다. 그는 “나의 관심의 격렬한 변화, 하나의 섬광이다.”라고 말한다. ‘섬광’을 내면적 인식의 변화로 해석한다. 즉, 영감과 섬광은 외부에서 주어진 것이 아니다. 주체의 내면에서 발생하는 의미의 진동이다. 따라서 롤랑 바르트에게 ‘영감’은 ‘내면화된 인식의 순간’이다. 이는 언어적 사유와 긴밀히 맞닿아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디카시론의 ‘영감’은 재정의해야 한다. 디지털 자극은 창작의 출발점일 뿐, 시는 이를 언어 구조 속에서 재구성함으로써 완성해야 한다. 직관적 감응은 창작의 조건일 뿐, 본질이 아니다.

 

4. 디카시 창작론의 언어적 재구성: 기호학적·해체론적 관점에서

롤랑 바르트의 기호학적 관점에서 보면, 디카시의 언어는 고정된 의미를 매개하지 않는다. 디카시는 이미지와 텍스트의 상호 작용 속에서 의미가 끊임없이 미끄러지는 ‘기호의 유동성’을 드러낸다. 따라서 시인은 영감을 수용하는 존재가 아니다. 이미지와 언어의 관계를 새롭게 배열하고, 해체하는 구성자이다.

 

자크 데리다(Jacques Derrida, 1930~2004)의 해체론 또한 이러한 재구성의 논리를 확장한다. 모든 ‘날것의 현실’은 이미 ‘차연(différance)’ 속에서 구성된 흔적의 체계에 속한다. 즉, 현실은 결코 순수한 형태로 포착할 수 없다. 항상 지연된 의미의 흔적으로만 나타난다. 따라서 시 창작은 ‘포착의 문제’가 아닌 ‘구성의 문제’이다. 영감은 언어적 구성의 행위를 은폐하는 신화적 장치에 불과하다.

 

이 관점에서 디카시는 이미지와 언어가 상호 침투하며 새로운 의미를 생성하는 실험적 장르로 이해해야 한다. 창작의 과제는 ‘현실을 포착’하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언어가 현실을 어떻게 재배치하고, 이미지의 의미를 어떻게 낯설게 하는가’를 탐구하는 데 있다. 디지털 매체 환경에서 시인은 기술적 매체성과 언어의 물질성을 자의식적으로 다루며, ‘기록’과 ‘창작’의 경계를 확장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디카시는 ‘영감의 기록’이 아니다. 기호의 배열과 선택을 통해 의미를 생산하는 언어적 구성물로 재정의해야 한다. 첫째, 디카시는 이미지와 텍스트를 병치하는 단순한 결합이 아니다. 기호의 배치 방식 자체가 의미를 생성하는 장르이다. 이미지의 구성 요소(프레임, 시선, 공백, 질감, 초점)는 언어의 선택·리듬·은유와 서로 대응하거나 충돌하면서 새로운 의미의 층위를 만든다. 

 

디카시 창작은 ‘이미지 위에 문장을 얹는 일’이 아니다. 기호의 질서를 재배치하는 편집 행위로 이해해야 한다. 둘째, 디카시는 이미지에서 텍스트로의 단순한 전환이 아닌 이미지와 텍스트 변환 구조 자체를 탐구하는 창작이어야 한다. 이미지는 텍스트를 촉발하지만, 텍스트는 이미지를 해설하거나 묘사하는 것이 아닌 이미지의 의미를 비틀고 틈을 만들어 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 즉, 텍스트는 이미지를 ‘설명’하는 것이 아닌 이미지의 침묵·여백·비어 있는 지점에 말을 부여하거나, 반대로 말을 지워 새로운 감각적 긴장을 형성한다. 셋째, 디카시는 창작자 중심이 아닌 독자의 참여 구조를 고려해야 하는 장르이다. 디지털 이미지와 짧은 문장은 독자로 하여금 의미를 스스로 추론하게 하는 ‘해석적 간극’을 만들어 낸다. 이 간극이야말로 디카시의 핵심적 미학이다. 

 

디카시 창작은 독자가 이미지와 텍스트 사이의 미세한 틈을 읽고, 해석을 수행한다. 의미를 구성하는 협력자로 참여할 수 있도록 열린 구조와 다중적 해석 가능성을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방향에서 디카시는 ‘섬광의 기록’이 아닌 이미지와 언어를 충돌하고 변주해야 한다. 독자의 해석적 참여를 호출하는 구성적·기호학적 장르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이 글이 문제 삼는 것은 디카시라는 형식이 아니다. 비판의 대상은 영감을 창작의 핵심으로 설정함으로써, 디카시를 언어적 구성 이전의 감각 기록으로 환원해 온 지배적 디카시 창작 담론과 그에 충실한 창작 실천이다. 이러한 디카시는 기호적 실천이 아닌 이미지에 의미를 덧붙이는 설명적 산문에 가깝다. 이때 디카시는 더는 시가 아닌 감각의 보고서로 기능한다.

 

5. 나가기: ‘섬광의 시학’에서 ‘언어의 시학’으로

디카시론이 문학의 한 갈래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영감의 신화’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디카시론이 문학적 이론으로서 설득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영감’과 ‘계시’라는 개념이 수행해 온 이론적 기능부터 재검토해야 한다.

 

디지털 시대의 시인은 더는 ‘섬광’을 기다리는 예언자일 수 없다. 시인은 언어를 통해 감각을 해체하고, 의미를 재구성하며, 현실을 새롭게 인식하는 창조적 실천자이다. 

 

‘영감으로 포착한 현실’이라는 개념은 시와 시인을 언어적 실천의 주체가 아닌 수동적 매개자로 전락시킨다. 현대 시학이 전제해 온 언어 중심적 시 개념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시인은 언어와 기호를 통해 현실을 재구성한다.

 

디카시론이 플라톤과 아퀴나스를 반복 호출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영감과 계시라는 개념은 창작의 책임을 언어로부터 분리하고, 시인을 매개자적 존재로 신화화하기에 가장 적합한 철학적 장치이기 때문이다. 이 호출은 철학의 엄밀한 계승이 아니다. 개념의 선택적 차용에 가깝다. 플라톤의 영감론과 아퀴나스의 계시론은 모두 언어 이전의 진리를 상정하지만, 현대 시학은 바로 그 전제를 비판함으로써 성립해 왔다.

 

디카시는 ‘섬광의 시간’이 아닌 ‘언어의 시간’ 속에서 완성해야 한다. 시 창작의 본질은 포착이 아닌 구성이다. 감각의 순간이 아닌 언어의 실천이다. 현실을 ‘영감으로 포착하는 시인’이 아닌 언어와 기호를 재배치하고, 해체하는 창조적 언어의 주체로서의 시인만이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시학을 열어 갈 것이다.

 

디카시의 미래는 영감의 순간을 기록하는 데 있지 않다. 이미지와 언어의 상호 구성적 관계를 통해 새로운 의미의 장을 열어 보이는 데 있다. 디카시는 ‘포착된 현실’의 투명한 재현이 아닌 이미지의 침묵과 언어의 물질성이 충돌하며 생성하는 기호적 실천이다. 

 

따라서 디카시 창작의 중심은 외부의 섬광에서 비롯하지 않는다. 이미지, 언어, 독자가 함께 구축해 가는 의미의 구조에 두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디카시는 디지털 시대의 시적 사유를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는 형식일 수 있다. 그 이론적 기반 역시 영감이 아닌 ‘언어의 실천’ 위에서 재구성해야 한다.

 

 

[신기용]

문학 박사

도서출판 이바구, 계간 『문예창작』 발행인

경남정보대학교 특임교수

저서:평론집 10권, 이론서 4권, 연구서 3권, 시집 6권

동시집 2권, 산문집 2권, 동화책 1권, 시조집 1권 등

이메일 shin1004a@hanmail.net

 

작성 2026.07.29 10:02 수정 2026.07.29 11:30

RSS피드 기사제공처 : 코스미안뉴스 / 등록기자: 한별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해당기사의 문의는 기사제공처에게 문의

댓글 0개 (/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남가네설악추어탕, 450g, 5개 23,000원
남가네설악추어탕, 450g, 5개
https://ads-partners.coupang.com/image1/vAbEcxumCN5sxyksvMuS4mw0OejenqZJIlJCMIUrgfUhHMD7PKphhTGnHkuA9Wc4rswVdFJG_D15MAMjl-hXknwugbyvhtt2sbYuTDg2qsorp0u5zLb8D_Q_U_fEBkrZ7lJzLbn4moI7nTtw1NpiQE7X86SNyZ8u-vb2trbNxFR6FeBkNzfNnkujGgMMaOewUSXNKYZsnW56wnGa-hfqtYskmr2G_ja8DGqO7llqCiiozo0PtQDM8S12NZZQx7W9hrFqkjpYt3wv7WSj3WRU3vYUkEHlcRuAyagbQRRqEwOrOIVJF0UmyEi6m0w2v1bBcGup3tRBq9GzNv6TCRCCnbDtAuoGUcDJUMR2eA_x_VPRsRHJk-NiC6jrbGs27-oKiSdMRgv0XX0aaxsSIMmb2AmAY-gsQPTT11sMH6HXbO09zQNCrTrC8Ue2C4FB8-hFScIawtG9Vk8zlAKOSeJBgUie2fdHZbsW_L2KF_KJbCQfuRiH8JQT5bWqFxSGs-kOdWPdiX28Nw==
자세히보기
대구농산 국내산 서리태, 2kg, 1... 22,980원
대구농산 국내산 서리태, 2kg, 1개
https://ads-partners.coupang.com/image1/cMcXNfvp0M7I1QnxcOCwLDUOtzUIYBb1DcSU6Uwb0EEyFt785FYQPH7sYRVsLRk7ILufr8H_e_jiI7WrkIzMKHX6vV7NTs7f-JnyawWIKRH5JW-QSbYnOOAAqiErna9O2wP3i2XzJ786R0z_zoG-iFq4ePuIkeOeDjea91CaEUJ2aTgQqIwdmFU8TVFSOPMZlKO7ZrpQilpOiFQlHEginEMWJjUBcm_xN5j-rWLEf2-ffN76CG7o90O2N8MGhc6iOLAcqPmZNTLt9TR-fVw_jt3qV1fadQAjRM1hterFkV0YwX84-DHN0jGpZsdW4lDD1pZSHqdafGnOmwsN27sUAiFUkBIzMhskbdgHZQlMjPdUEhMgAE-nHKg3TNAvL0ukBIgm1AoIZNOSjew0ifyuxjNMeO4mEi2w03uOMn3wAJ3QsrWfsOaBik9KXP4bmZ8sI1bzX5CmSBNkrwxionxkM19Qiqq6DSG-LvN2Y6yxw5VbAoLnVPQQ_q5HKyPT9vhiENZgqsLb4g==
자세히보기
밥앤찬 맛있는 전라도식 파김치 11,800원
밥앤찬 맛있는 전라도식 파김치
https://ads-partners.coupang.com/image1/2BfUNUgBs7pWqAMu2OQTRxHetp7V2ioDSCqZlj4Hpowd3VQiZ-ZT0bEwyUuaasJhI3gFYLKW3yy_XL4jAXAqDBYeuGQr-dSoHM4Lgjnhjfaxq_6vNj7hrPkI6vohEGzKhNjhTO01H4EpcWDP-uGarcUlPvxGXQitwxi-PDK-nNegXsm-GSa3N03fjs_phUYjriFdjrJgxK-5hLu0vdVQHFw-NurmHM1tJZrx8gttda-lQ0x7TUp28u8_ua4sdbp5q2kE58YAxYSA-A5AN0GuT2hw3hlbrzUTvQ97dEWw4porauGYCKYXHmVRGiYUmWAsnQtz_uQvzwGC6ClWPZ0SQjMLSp9WTXsN65r_Ki7TNnm1tEvjN0Enjpx9--KI5GpdbNoFBWI4IqMtFOvw6PsMemLIVPCJ5PWeJ5bH-t-L1q2uR0RauSNZP5qdmPtd0zQLOVPUZcWqsx4nChm93fwZGHRbJqoWd86TfVKqhGo1OIhxry1EI4NM81l3VUT5rccurqy8Wcx4fi5bgMHAvopxBszqlx8Hs7QqfeLEcP8PyAIbOMRw
자세히보기
곰곰 꽈리고추 메추리알 장조림 7,060원
곰곰 꽈리고추 메추리알 장조림
https://ads-partners.coupang.com/image1/cx-fy1eVXVOhqHd_cw-FX2-uMkeykaoo3y3oNm6Qp-xxzT7ZuraE8DYp5EIQqsNOhjWPsvLwte1CfIo5zX9RMHP7WpBuOrVSpssCIZf5dmhXwuQtMI8BNt5VIw8R_IrDopYdpMaGO0t3vea70-eWltsyozJzYIwxkCAFnqxgr6alGBcr6agkGxausymKbYUGmgm7XUsxW-PSAn2VPyzViOO8OH4O4uHG9ERnrXN08wUFyqZyFpUOApEe-Ey4NuunvOECIEALEjSGz1dQFPm75ZHjnqrwN5SRdkW6Zz0sVfMVnvfzolwVEUj29FopKfTgJqbSdV2gcDxIxXkId0lk_5P5LXLxGEOYV1qSVksinLbKYgxofLr062h2unQlzgUuk41M9zSIA2jhM-7pNFfC2JMrCY3eXGHykK-_3ZNdmMwCpfEsOZC6EZmCBtObWVAwDDFXQKxpkBrJrDKM1z0WNBJQmpIfV4YR4UO-_VrytRK5abZ_6giTDPWMsXIVxwpNDEsW5f3gEOl9cCg0Ovf-h87rsA==
자세히보기
뉴케어 구수한맛 미니 완전균형영양식 32,900원
뉴케어 구수한맛 미니 완전균형영양식
https://ads-partners.coupang.com/image1/tN8sS7ncxW3_7jXqtFWiNXlWuoNfhhocn--OF29gpZFx7zvu-W3Toc-OHqXBcD4wQfMLlz4ERaPWXMQLC1jL9adphhyiNMQ3kmLwMv9bEw4jY4DW1snJkLZxW-VeN-92Xq4GZCa-Dgw7QwzupILp_et9dSfvFkJ_E5IjeQEOJHi7tXJoQljc3-6V4t2Buunbjj8GYL5jjb2MkWmQsT2loszKaE2rLlq-NdSY8epyba2ECvkN7ytMjri_1US9pAJCvKBSIAGTABT9rUZwlJ9iXeACBe0rFgEd63jKkVeB7btGnkvtZELVm00WskbKDewwmKUat-ibYq1y_U0mvmktOX0MZkiL5xx9rFN_6V0HiSuNuT_AFyIe7STB_wmzLNjI3tEURfM1qMzg0U8UCS5UrdfBI66TvrA2QKY7M3E72EY_7epdLc7TkyZJuYq7GG9PSp6l_pTSxZ3GffHnydXtkV_EilT0SwFoGOF56rURjw7Z1cfdMayj7jzBZQpie406PUW6dZt9Ex3Kk7CC0CL7hgJJ
자세히보기
대구농산 건강한밥상 국산 특 서리태,... 9,800원
대구농산 건강한밥상 국산 특 서리태, 700g, 1개
https://ads-partners.coupang.com/image1/F_6xBzdQmyfFA61lF2qnzRPJti47Ezea9txmuYisHxeqWqNcVUbfn1ulVgEoJXE7hyP7TkKmmLO5N-9v-VxYkisrndt3O7ktbSi1Yec01q_AMp4j-NlDAkyQCr6VxHOQ2jEkXe5WBFAdl7JiFhR_LIsX7-HmZykhzPKVvZ5tuOjtB2HCfil8eq6vPECN0Mg6iRO29Fkt6kvK8ciOzaZE8QxtXjJ4RfOmzDSw1OVGQe1hMI4TWlOdqLt_P-BW8GLtXjGoGdKfnCzoGuYTjraYzp_d4TrbnDiOwizdGm_HI5Z0YrDFbSyMPvtgKUGvlf1Eud6hI5HB-VUkRAPhY0cTIXcUnTFnhKaCtOMEXI5QxI-Bp_U9KUri6OShbO2uvych5G6n_zbDoqKUHQUeMQH_Zffx4UEw39sESq0v5L0r4wnv4_-ybz3jsLCqZTzVisHHUagxpXFvLGidPmGm7ZKuKsf975R2jb7hVFnSnlGMBQr2M3K4p355kBBcpJrSGU-10AnuwKFAFA==
자세히보기
100% 국산 돌산갓김치 8,010원
100% 국산 돌산갓김치
https://ads-partners.coupang.com/image1/sSmDQDtrqZBRhT3isd_0bO39e-HAIj_6sXnaw5piqq7KhJVb6G5aBg7MQufO2z3rip9eAYdu-BPRCXMVp4UdqnJeAifYxNFT_doDoS4nyvVwTBox8xr0rCzqoIqo-zX-XP-jUz3vcrckLG67wt7KC9JtV7n9fAVEGSWbErsI2KHMXB_xEKDgT5HxJiNOe6b4MakGCSj7N2pGOzy7YMKXz-pMH_MMXRH3xwrkPbUlteJJ0Ftpi2TuLdRCXTqHlb34wjkkvG76fy6YhoNkKYGdNHDaP4zDZoEaLHAm8PEtS5Rrw3UfqCRCWRepnirgJfz_rvunPItieqL3tQBKDLH5YisaSDSRkYcKsJEWOpyYxOs94qae5CN4wHHrEz98EiFAr1QB39SkkYoNQLzQIPe_m4tZXA4S1hYAn1G2Hthsau6214CY2tJwyiANTlX_OqYQ8CQehcRsxG4QairX2ni7iTU2AFxzO6y6lizxo0a_5f_C3V-4aevNIEoly7PaA0Bxn9AAQGES-UicIAVU160g-4AvV4SY1SRUDEHTdo-90S8JuAXK27R3wwMALD8CFVbpkFgn27AOjON0w6kGxzDRrIlzpCU=
자세히보기
비비고 사골곰탕 12,000원
비비고 사골곰탕
https://ads-partners.coupang.com/image1/RdI9VFzEiTV-__-YRbfhaLCOL61cXHJflthxh76VUrIBdqiS8KHqoGHWJrZOdIA06YwXlZNtMxUZmHZxjkIKYRSlvISTjo1JfRpv6X663-DpE5yxCa5pmM1YqCMqWG2epSyILA_8298mOZbbr1J6X7JE_MgJVgSYdbxx_Gv-pN6Qgd58RU9ThoQGTAsq8eNaa4mlikKJyPkCJ7NfrqTfApj2Q8CgTWXK2mH7RrZ8J9H0OcAH1ozLi7GRxebZ51w9X21LElPxck2193IFkDFAcHJgk89YTXhvYZpLMF24TsVj8Mc6GH9tq_0jgzch879KlLKdzHgUs1r3ZsYWe9n9XW75H6rPqaopx-4iskx_LtRXgJ07D_AQaLWM3ed-mmX8Nejz6OCwi-AVbvI6HBrKBIA2tQWYUVsh_J2IO5xGJdnl33mQKi3-vxHIKiwq2Lb04FoBnMm2SwnohFM24OBP0Vq1XnHVmhZz82oMixdWqwuWj15uRLXP1axTUFjIprvcXFb2oRZstoeQnfuYNBv1ZV6g2g==
자세히보기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