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의 밤
밤새 뒤척이다 의식이 바다로 걸어 나갔다
밤새 들렸던 파도 소리가 물거품을 한 움큼 삼킨다
바닷바람이 몸을 스치며 지날 때마다
바다의 전설을 하나씩 필사하여 몇 권의 노트를
모래 속에 깊숙이 묻어두었다
눈망울이 샛별처럼 초롱초롱한 밤
바닷가를 거닐고 있는 의식의 시간
파도가 출렁이는 것은
무의식의 진폭을 조율하는 중이다
바다가 잠잠한 것은
실타래가 뒤엉킨 이야기의
문자 배열을 맞추고 있는 때였다
그녀가 잠들지 못하는 것은
파도의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다
푸른 새벽이 초승달을 품고 있는 시간은
밤의 빗장이 풀릴 때쯤이다
문장을 골똘히 읽고 있던 파도가
겨울 바닷바람이 매서워 아프다고 말한다
불면의 밤이 오면 그녀는
바다로 달려가 모래 위에 눕는다
푸른 달빛처럼

[조정희]
2003년 『한국문인』 등단.
시집 『곁에 있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