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재는 저자의 저서 「스토리로 배우는 가맹점 성공 전략」(김영철·김선아 공저, 부크크, 2026년 7월 6일 출간, ISBN 979-11-12-23126-0)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지난 회에서 퇴직 후 프랜차이즈 창업을 준비한 김사장은 두 달간의 준비 끝에 매장 문을 열 채비를 마쳤다. 이번 회는 오픈 첫날 초도 발주 마감을 놓치며 위기를 맞은 김사장이, 옆 매장 점주의 조언을 통해 감이 아닌 숫자로 발주를 관리하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을 담았다.

발주 지연 소식을 받고 매장 창고에서 물품 목록을 확인하는 김사장의 모습- AI 생성 이미지.
■ 자정, 텅 빈 매장에 홀로 앉다
오픈 전날 자정, 매장 안은 조용했다. 새 유니폼은 아직 뻣뻣했고, 바닥은 이미 세 번이나 닦았다. 딱히 할 일이 없어서였다. 카운터 위 POS 기계와 갓 설치를 마친 냉장고만이 낮은 소음을 내고 있었다.
간판에는 ‘김사장의 ○○버거’라는 이름이 걸려 있었다. 20년 직장 생활 동안 그는 늘’○○부 김 대리’, ’○○팀 김 과장’이었다. 내일부터는 다르다. 아무도 시키지 않고, 아무도 대신 책임져주지 않는다. 불을 끄고 매장을 나서며 그는 노트에 이렇게 적었다. “오늘부터 하루씩 배운다. 틀려도 된다. 같은 실수는 두 번 하지 않는다.”
■ “마감이 안 됐습니다” — 발주 마감을 놓친 아침
오픈 당일 오전 아홉 시, 본사 슈퍼바이저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사장님, 어제 발주 넣으신 거요… 마감이 안 됐습니다. 오늘 새벽에야 접수됐어요.” 초도 물품이 하루 늦게 도착한다는 뜻이었다.
간판은 이미 걸렸고, 동네에는 오픈 소식이 퍼진 뒤였다. 첫날부터 재료가 부족할 수 있다는 사실에 그는 화장실 세면대를 붙잡고 거울을 봤다.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아내에게 알릴까 잠깐 고민했지만 그만뒀다. “혼자 해결해야 해.” 직원들 앞에서는 아무 일 없는 척했지만, 그게 더 힘들었다.
■ 옆 매장 박사장의 낡은 수첩
“김사장, 얼굴이 왜 그렇게 하얘졌어?” 옆 매장에서 3년 차 점주 박사장이 건너왔다. 그의 매장 앞에는 오픈 전인데도 단골 한두 명이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 “발주 사고 났다며? 다들 겪어. 근데 기준표 같은 거 하나 있어?” “…없습니다. 그냥 감으로 했어요.” 박사장은 화를 내는 대신 주머니에서 낡은 수첩을 꺼냈다.
표지가 닳고 모서리가 접힌 수첩에는 날짜별 주재료·부재료 사용량, 발주 수량, 납품일자, 담당 직원 서명까지 빼곡히 적혀 있었다. “이게 내 발주 기준표야. 이거 없으면 하루도 못 버텼어. 감은 배신하지만 숫자는 거짓말을 안 하거든.” 20년간 회사에서 보고서와 데이터로 일해온 그에게, 그 말은 낯설지 않은 방식이었다. ‘아, 장사도 결국 같은 거였구나.’
■ 문을 열다, 대체 메뉴로 넘긴 첫날의 위기
오전 열 시, 셔터를 올렸다. 처음 10분간 손님은 없었다. 그때 오십대 아주머니가 들어와 메뉴판을 살피더니 “치즈버거 하나요”라고 말했다. 첫 주문이었다. “맛있는데.” 한마디에 귀가 뜨거워졌다.
오후가 되자 걱정했던 대로 치즈 재고가 빠르게 줄었다. 박사장의 조언이 떠올랐다. ‘대체 메뉴를 준비해.’ 전날 테스트로 만들어둔 특제 소스로 ’오늘의 한정 스페셜 버거’를 즉석에서 만들어 칠판에 써 붙였다.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소스가 독특한데, 이게 더 맛있는 것 같은데?”라는 손님도 있었다. 위기를 위기라고 알리지 않은 채 넘긴 하루였다.
■ [체크리스트] 발주 기준표, 다섯 가지 원칙
책에서 박사장이 건넨 ’비밀노트’는 초보 점주가 매일 반복해야 할 발주 원칙을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 1. 발주는 공식으로 — “전날 판매량 + 안전재고 5%”를 기준으로 산출한다
- 2. 대체 메뉴 준비 — 특정 재료가 빠져도 매출이 끊기지 않도록 대안을 미리 마련해둔다
- 3. 사진 기록 — 납품 시점마다 사진을 찍어 수량·품질 증거를 남긴다
- 4. 공동 책임제 — 발주는 사장 혼자가 아니라 팀 전체가 함께 기록하고 확인한다
- 5. 요일별 패턴 분석 — 숫자에는 이유가 있다. 이유를 찾으면 대비할 수 있다
- 6. 습관화 — 발주·검수는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절차로 반복한다
■ [실무 팁] 요일별 패턴을 읽으면 발주가 보인다
닷새째 되던 날, 박사장이 다시 매장에 들렀다. “숫자요, 요일마다 치즈 소모량이 다르더라고요. 화요일에 유독 많이 나가요.” 박사장은 웃으며 답했다. “근처 학교 마치는 날 맞춰서 아이들이 오는 거야. 그걸 알면 화요일 치즈 발주를 늘리면 되지.”
현장에서는 요일별 매출 패턴이 발주량에 직접 영향을 준다. 초보 점주일수록 첫 1~2주는 “전날 판매량 + 안전재고 5%”라는 기본 공식으로 시작하되, 요일별 실제 소모량을 매일 기록해 2~3주 차부터는 요일별 기준으로 세분화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감이 아닌 기록으로 발주를 관리하면 ‘재고 폭탄’(과다 발주로 인한 폐기 손실)과 ‘재료 품절’(과소 발주로 인한 판매 기회 손실) 양쪽을 모두 줄일 수 있다.
다음 회에는 오픈을 앞둔 매장에서 갑자기 고장 난 조리기기와 지각한 직원 문제를, 단 10분의 프리오프닝 미팅으로 넘기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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