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신축 아파트 입주자를 대상으로 잔금대출을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서 일부 또는 전부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지침이 마련되지 않아 은행과 시장이 혼란을 겪고 있다. 잔금대출 한도 산정 시 감정가와 분양가 중 어느 기준을 적용할지에 대해 은행별로 해석이 달라서다.
이달 입주를 시작한 수원 매교역 팰루시드 단지와 9월 입주 예정인 서울 서초구 디에이치방배 단지에 잔금대출 공급이 예정돼 있다. 은행들은 가계대출 총량 규제 속에서 잔금대출 취급 기준을 단지별로 다르게 적용하는 상황이다. 기존에는 입주 시점 감정가에 LTV(주택담보대출비율)를 적용하는 방식을 주로 사용했다.
하지만 분양가 대비 시세가 급등한 단지는 감정가 기준 대출 한도를 산정할 경우 총량관리 부담이 커질 우려가 있다. 수원 매교역 팰루시드의 경우, 분양가와 현재 시세 간 격차가 크지 않아 대출 한도를 감정가 기준으로 산출하는 사례가 많았다. 이 단지의 전용 84㎡ 분양가는 작년 말 8억9300만원이었고, 입주권 거래가는 약 10억5030만원이다.
반면 디에이치방배 단지는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아 분양 당시 22억3000만원이었지만, 현재 동일 면적 입주권 시세는 34억~35억원에 달한다. 39억3000만원에 거래된 사례도 있다. 신한은행은 잔금대출 총량 1000억원을 우선 배정한 뒤 분양가의 60%와 감정가의 50% 중 낮은 금액을 대출 한도로 정했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감정가 기준 LTV 적용 여부를 아직 확정하지 않은 상태다.
은행들은 가계대출 총량과 단지별 배정 한도를 고려해 입주 예정자들에게 자금이 골고루 돌아가도록 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명확한 지침 부재로 은행들은 가계대출 총량 관리와 실수요자 자금 부담 완화를 동시에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감정가를 기준으로 하면 대출 한도가 줄어 실수요자 입주가 제한될 수 있지만, 분양가를 기준으로 하면 총량 관리에는 도움이 되나 실수요자의 자금 조달 여력이 감소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로 인해 은행별로 대출 취급 기준이 달라지면 입주자들의 자금 계획에도 차질이 생긴다.
시장에서는 금융당국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아 혼란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에 판단을 맡기면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고, 결국 자금력이 충분한 수요자만 입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자금이 부족한 실수요자들은 2금융권 고금리 대출로 눈을 돌리는 악순환이 지속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책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중요한데, 문제 해결 의지를 보이면서도 후속 대책 마련이 늦어 시장 혼란만 심화되고 있다”며 “잔금대출을 예외적으로 허용한다면 구체적인 한도 산정 기준을 제시해야 하는데, 입주 시점은 다가오는데도 명확한 지침이 없어 금융시장과 은행 모두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잔금대출은 입주 시 필요한 잔금을 금융기관에서 대출해 주는 제도로, 주택 구매자의 자금 부담을 완화하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 가계대출 총량 규제로 잔금대출 공급이 제한되면서, 실수요자들의 주거 안정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의 추진 중인 대책이 지역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