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세무사와 공인중개사는 서민들이 경제활동을 하면서 반드시 찾던 대표적인 전문직이었다. 세금 신고가 어려우면 세무사를 찾았고, 집을 사고팔거나 전·월세 계약을 할 때는 공인중개사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전문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거래 과정의 위험을 줄여주는 것이 이들의 역할이었다.
그런데 세상이 달라졌다. 스마트폰 하나로 세금 환급액을 조회하고 신고할 수 있는 세무 플랫폼이 등장했고, 집을 구하거나 내놓는 일도 중개사무소를 거치지 않고 온라인에서 직접 할 수 있게 됐다. 과거에는 집을 구하려면 동네 부동산을 돌아다니며 중개사에게 매물을 소개받아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수많은 매물을 검색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당사자끼리 직접 연락해 계약하는 ‘직거래’까지 확산되고 있다.
직거래가 늘어나는 이유는 간단하다. “중개수수료를 아껴보자”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위험도 따른다. 실제로 온라인 직거래 매물을 이용한 부동산 사기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가짜 집주인이 실제 소유자의 신분증과 등기 관련 서류 등을 위조해 보증금과 월세를 가로챈 사건도 보도됐다.
결국 중요한 것은 플랫폼 시대에 전문직의 역할이 무엇이어야 하느냐는 문제다. 세무사의 경우 AI와 플랫폼이 소득자료를 분석하고 환급액을 계산하며 신고서까지 만들어준다. 공인중개사 역시 온라인 플랫폼이 매물 검색과 가격 비교, 거래 당사자 연결까지 대신하고 있다. 변호사, 회계사, 법무사, 노무사 등 다른 전문직도 예외가 아니다.
플랫폼은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파고든다. 더 싸게, 더 빠르게, 더 간편하게. 반면 기존 전문직은 자격증과 사무실이라는 전통적인 틀 안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전문가의 권위’만으로 높은 비용을 지불할 이유는 점점 줄어든다. 그러나 플랫폼이 전문가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세금 문제 중에는 단순 신고로 끝나지 않는 복잡한 사안이 있고, 부동산 거래 역시 권리관계와 계약 조건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으면 큰 재산상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이제 전문직에게 필요한 것은 플랫폼과의 싸움이 아니다. 플랫폼보다 더 높은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다. 자격증이 전문가를 만들어주는 시대에서, 실력이 전문가를 증명하는 시대로 가고 있다. 플랫폼 혁명 앞에서 살아남는 전문가는 플랫폼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아니라 플랫폼이 할 수 없는 일을 찾아내는 사람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