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보호소 가는 길
추석 명절 휴가가 유난히 긴 해. 당일 몇 시간 얼굴 보고 달아난 자식들이 벌써 보고 싶어 동네 어귀를 서성이는 구부러진 걸음들 이 집 저 집 기웃거려도 모두 혼자인 것은 마찬가지 행여 자식 욕먹을까 요리조리 속상한 얘길랑 속 코쟁이에 넣어두고 늘 푸른 자랑만 엿가락 마냥 늘어놓지요 박물관 옆집은 70년대 새마을 운동하기 전 가옥으로 널빤지 담장과 맨돌맨돌해진 흙뜨락 위에 고무신 한 짝 마루도 없이 냉큼 문을 열면 허리를 펼 수 없는 낮은 천장과 좁은 방에 누가 될까 벽에 딱 붙은 침대 살아있는 사람보다 죽은 사람이 더 많은 액자 속 앳된 어머니의 햇살 같던 웃음
동네 새들까지 시끄러웠던 추석은 추적거렸던 비처럼 사라지고 파란 하늘 전깃줄에 새조차 떠난 경로당 주간 보호소 봉고만 늙은 어미를 기다린다
까막눈 어머니는 시간을 모르고 배고프면 밥 드시고 졸리면 주무시니 요양보호사가 집 안까지 들어와 옷 입히고 팔짱을 끼고야 밖을 나선다 포승줄에 묶인 양 주먹을 다소곳이 모으고 보호사에게 맡긴 채 표정 없는 얼굴로 하늘 향해 혼잣말한다 나라 위해 목숨 바친 의사나 열사는 되지 못했지만 자식 위해 생을 바친 어머니의 삶 갓 수확한 마늘처럼 희던 어머니의 기억은 시린 바람에 비어져 바스락 날아가고 봉고차도 떠났다 종일 낯선 곳에서 처음 보는 이들과 계시는 그곳이 천국일지 지옥일지 모른다 저녁이 되어 돌아오는 집엔 홀로 견딜 시간이 길고 무서워 밤인 줄 모르고 호미 들고 밭을 나선다 흙을 밟으며 환한 기억 속 아리랑 춤사위를 너울너울

[한용수]
2017년 『문학바탕』 등단.
서울시인협회상 수상.
현 유치원 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