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당국이 올해 가계대출 공급 한도를 약 2조6천억 원가량 늘렸지만, 은행권의 대출 문턱은 크게 낮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5대 시중은행이 이미 새로 허용된 한도에 근접한 대출을 실행하면서 추가 대출 여력이 제한됐기 때문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올해 가계대출 증가 허용액은 총 6조9천800억 원으로 조정됐다. 이는 당초 4조3천400억 원에서 2조6천400억 원가량 상향된 수치다. 은행별 증가율 한도도 지난해 말 잔액 대비 0.6~0.7%에서 1.0~1.1% 수준으로 확대됐다. 금융당국이 총량 관리 목표를 기존 1.5%에서 3.0%로 높이면서 관련 한도가 함께 조정된 결과다.
그러나 올해 들어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은 정책성 상품을 제외하고도 644조9천700억 원에서 지난 27일 기준 651조6천377억 원으로 6조6천677억 원 가까이 증가했다. 이로 인해 새롭게 설정된 한도에서 이미 대부분이 소진된 상태다. 남은 여유 한도는 단순 계산으로 3천억 원 정도에 그친다. 대출 총량 산정에서 제외되는 일부 대출을 감안해도, 일반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을 크게 늘리기엔 공간이 충분치 않다는 평가가 금융권에서 나온다.
특히 대출 유형별로 규제 완화의 적용 범위에 차이가 크다. 8월 이후 집단대출 증가분은 총량 실적 산정에서 전부 제외된다.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은 증가액의 70%가 제외되며, 10월부터 시작하는 청년 특례전세대출 보증을 활용한 전세대출도 일정 부분 예외를 인정받는다. 반면 기존 주택 구매를 위한 개별 주택담보대출과 일반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은 엄격한 총량 관리가 유지된다.
이 같은 상황 탓에 은행 창구에서는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려는 실수요자가 몰리면서 ‘대출 오픈런’ 현상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규 분양 및 입주 물량 위주로 자금이 공급되는 구조에 대한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기존 아파트 매수자는 같은 목적의 자금임에도 대출 문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다.
한 은행 관계자는 “개별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관리가 계속 엄격해 실수요자가 적기에 대출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며 “상품별로 총량 계산 방식이 달라 현장에서는 관리 부담이 크다”고 전했다.
한편 5대 은행의 정책성 상품을 포함한 전체 가계대출은 7월 말 778조9천791억 원에서 지난 27일 781조4천377억 원으로 2조4천586억 원 증가했다. 이 중 주택담보대출이 7월 말 617조9천411억 원에서 620조4천172억 원으로 2조4천761억 원 늘면서 전체 대출 증가를 주도했다. 집단대출은 같은 기간 1조525억 원 증가해 149조2천951억 원을 기록하며 올해 9월 이후 최대 증가 폭을 나타냈다.
반면 신용대출은 지난달 대비 218억 원 감소한 109조7천315억 원으로, 4월 이후 넉 달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금리 측면에서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5대 은행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4.68~7.15% 수준으로 한 달 전보다 상단이 0.35%포인트 낮아졌다. 은행권은 장기금리에 금리 인상분이 상당 부분 반영돼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추가 상승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 반면 단기금리 상승 시 신용대출과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의 이자 부담은 커질 수 있다.
이번 가계대출 공급 한도 확대는 금융당국이 경기 회복과 주택시장 안정을 고려해 추진한 조치다. 그러나 대출 총량 관리 틀 안에서 집단대출 등 특정 분야에 규제 완화가 집중되면서 개별 실수요자의 자금 조달에는 여전히 어려움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실수요자들의 자금 확보 여건 개선을 위한 추가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