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용 칼럼] 최호영의 「디카시의 문학 공간과 헤테로토피아 미학에 관한 시론」에 드러난 이론적 긴장

이론적 정합성의 한계와 개념 전용의 문제를 중심으로

푸코는 “실제 존재하는 장소를 헤테로토피아”(미셸 푸코, 이상길 옮김, 『헤테로토피아』, 2014, 12쪽)로 규정한다. 그것들이 다른 모든 장소를 ‘표상하고, 반박하며, 전도하는 관계 속에서 작동한다’고 밝힌다.

 

최호영의 논문(『한국민족문화』 87, 2024, 175~201쪽)은 푸코의 ‘헤테로토피아’ 개념을 디카시의 사진과 시의 결합 구조에 적용함으로써, 시적 공간의 미학적 원리를 새롭게 규명하려는 시도이다. 그는 디카시를 사진의 영상 언어와 시의 문자 언어가 긴장 속에서 공존하는 장르로 보고, 그 사이에서 생성되는 제3의 지점을 ‘문학 공간’으로 명명한다. 

 

나아가 이 문학 공간이 푸코가 말한 ‘헤테로토피아적 장소’로 현현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접근은 디카시 비평의 이론적 지평을 확장하려는 면에서 분명 의미 있는 시도이지만, 철학적 개념 전용의 정밀성과 논리적 균형이라는 측면에서 몇 가지 본질적 한계를 드러낸다.

 

이 비평은 디카시의 미학적 가능성을 부정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 가능성을 정당화하기 위해 호출된 철학 개념들이 어떤 개념적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지를 점검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는 문학 이론 일반에서 허용되는 개념 전용의 관행보다 더 엄격한 철학적 기준에 따른 비판이다.

 

디카시에서는 사진 속 자연이나 사물과 감응하여 이를 또 다른 대상으로 재배치함과 동시에 사진 속 현실 공간에 대한 반감 작용을 통해 헤테로토피아의 장소를 산출하고 있는 점이 특징적이다(190쪽).

 

최호영 논문의 인용 문장은 디카시를 의도적으로 ‘현실 공간에 대한 반감 작용’으로 규정하는 대목이다. 이는 헤테로토피아를 결과 중심의 개념으로 전용하면서도, 그 전용의 조건이 충분히 제시되지 않은 사례이다. 헤테로토피아를 목적론적·기능적 공간으로 환원한 것이다. 푸코의 헤테로토피아는 현실을 ‘비판’하기 이전에, 기존 공간 질서를 교란·전도하는 장소이다. 이론을 개념이 아닌 효과로 소비한 대목이다.

 

디카시에서 사진과 시의 상호 작용이 공감, 포용의 성격을 띤 ‘감응’의 작용과 충돌, 비판의 성격을 띤 ‘반감’의 작용에 따라 이루어지며, 그 과정에서 산출되는 문학 공간을 헤테로토피아와 같은 층위에서 접근하고자 하는 것이다(183쪽).

 

논문의 인용 문장도 정합적이지 못하다. ‘문학 공간’을 공간적 배치·질서·제도성이 아닌 독자의 정서 반응(감응)으로 정의한다. 이는 공간 개념을 심리 효과로 환원하는 오류이다. 푸코의 공간론과는 이론적 접점이 없다. 즉, 공간이 구조가 아닌 반응이 되는 순간, 푸코 본래의 의미인 헤테로토피아 논의는 성립 불가능해진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푸코의 ‘헤테로토피아’ 개념이 본래 지닌 사회적·제도적 맥락의 축소에 있다. 푸코에게 헤테로토피아는 사회 제도 안에서 정상 공간을 반박하거나 이의 제기하는 현실적 공간이다. 권력과 배치의 효과로서 작동하는 구체적 장소이다. 최호영의 논문은 이 개념을 ‘시와 사진의 상호 작용’이 빚어내는 미학적 공간으로 환원한다. 결과적으로 푸코의 급진적 공간 개념은 사회 비판의 구조를 잃고, 단지 ‘상상적 장소’나 ‘감성적 미학’으로 변형한다. 이는 철학 개념을 미학적으로 유연하게 전용했다기보다, 그 비판적 함의를 미학화하여 탈정치화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이와 연결되는 두 번째 한계는 ‘문학 공간’과 ‘헤테로토피아’의 개념 중복과 위계 혼란이다. 논문은 디카시의 제3의 지점을 문학 공간으로 규정하면서, 곧바로 그 지점을 헤테로토피아로 동일시한다. 두 개념은 본래 성격이 다르다. 문학 공간은 미학적 생성의 결과이지만, 헤테로토피아는 제도적 질서에 대한 반항의 장소이다. 두 개념을 구별 없이 병치함으로써 논문은 철학 개념을 은유적 언어로만 차용한 채, 개념 간 매개 논리를 제시하지 못했다. 다시 말해, ‘감응과 반감에 따른 문학 공간이 곧 헤테로토피아’라는 서술은 이론적 대응보다는 수사적 등치에 가깝다.

 

세 번째로, 푸코의 『말과 사물』에서 가져온 ‘공감’과 ‘반감’ 개념을 『헤테로토피아』의 장소론으로 연결하는 과정은 논리적 비약을 포함한다. ‘공감’과 ‘반감’은 인식의 원리로서 푸코의 인식고고학적 맥락에 속하지만, 최호영은 이를 ‘공감과 비판’의 정서적 작용으로 전환하여 사용한다. 

 

공감은 변화를 야기하는 것이다. 공감의 변화력은 동일성의 방향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만일 그 힘이 견제되지 않는다면 세계는 한 점으로, 하나의 동질적인 덩어리로, 동일자의 음울한 형상으로 변하게 될 것이다. (……) 반감은 사물들의 고립된 상태를 고수하며 그것들의 동화를 막는다.

― 미셸 푸고, 이광래 역, 『말과 사물』, 민음사, 1987, 49쪽.

 

푸코가 『말과 사물』에서 말하는 ‘공감과 반감’ 르네상스적 유사성의 체계에서 사물들이 서로 결속되거나 분리되는 인식 질서를 설명하기 위한 개념이다. 고전주의 인식론의 전개 국면과는 구분된다. 이는 공감과 반감을 주체의 감정이 아닌 변화의 질서로 한정한다. 이 점에서 공감과 반감을 정서적 공감·비판의 차원으로 환원하는 해석은 푸코 인식론의 기본 전제를 이탈한다.

 

이때 인식론적 개념은 정서적 개념으로 바뀐다. 푸코의 철학적 맥락을 사실상 소거한다. 이는 푸코 철학을 미학적 감정론으로 축소한 해석이다. 개념적 정합성보다 수사적 조응에 치중한 인용이라 할 수 있다.

 

개념의 확장이란, 기존 개념이 작동하던 인식론적·방법론적 조건을 보존한 채 적용 범위를 넓히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개념의 전용은 그러한 조건을 제거한 상태에서 개념의 명칭이나 효과만을 차용하는 경우를 가리킨다. 

 

푸코의 ‘헤테로토피아’ 개념은 이후 문화 연구나 문학 비평에서 은유적으로 확장하여 사용되어 온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디카시의 사진과 시의 결합 구조를 하나의 ‘헤테로토피아적 공간’으로 해석하려는 시도는, 개념의 창의적 전용이라는 점에서 일정한 해석 가능성을 지닌다. 다만, 푸코가 헤테로토피아를 “실제 존재하는 경우”로 규정하며, 그것이 사회적 배치와 제도적 질서 안에서 작동하는 구체적 공간임을 강조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미학적 공간으로의 확장은 그 조건과 매개를 명시적으로 논증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매개 없이 헤테로토피아를 순수한 감응의 장이나 상상적 장소로 환원하는 순간, 그것은 푸코의 개념을 확장한 것이 아닌 사회적·정치적 함의를 제거한 전용에 머무르게 된다.

 

마찬가지로 『말과 사물』에서 제시된 ‘공감’과 ‘반감’ 개념 역시 정서적 공감이나 심리적 반응으로 읽힐 여지를 전혀 갖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 개념들은 르네상스적 유사성의 인식 질서 안에서 사물들의 결속과 분리를 설명하기 위해 제시된 것으로, 고전주의 인식론의 전개 국면과는 구분된다. 이를 디카시 수용 과정에서의 감정적 공감과 비판의 차원으로 전환해 사용하기 위해서는, 인식론적 개념이 어떠한 이론적 경로를 거쳐 미학적·정서적 범주로 재정의되는지에 대한 명시적 설명이 요구된다. 이러한 설명이 결여된 상태에서의 인용은, 개념의 유연한 재해석이라기보다 철학적 권위를 미학적 수사로 차용한 사례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또한, 논문은 롤랑 바르트의 ‘스투디움과 푼크툼’ 개념을 보조적으로 인용하지만, 푸코의 공간 이론과 바르트의 사진 미학은 서로 다른 인식틀에 속한다. 푸코가 사회적 배치와 권력 구조를 논한다면, 롤랑 바르트는 개인적 기억과 정서의 찌름을 논한다. 두 이론을 나란히 배치하면서도 통합 논리가 제시되지 않아, 결과적으로 이론 간 결합이 병렬적 수준에 머문다. 그 결과 디카시의 ‘문학 공간’을 사회적 반항의 장소가 아닌 감각적 체험의 장으로 전도한다.

 

만약 두 이론을 결합하려 했다면, 롤랑 바르트의 푼크툼을 사회적 배치와 권력의 맥락 속에서 재위치시키거나, 혹은 푸코의 공간론을 개인적 지각의 층위로 번역하는 중간 이론적 매개가 선행되었어야 한다. 이러한 매개 없이 이루어진 병치는 개념의 생산적 충돌이 아닌 단순한 병렬에 머문다.

 

분석 구조상으로도 몇 가지 문제점이 드러난다. 제시된 ‘3단계 생성 원리’(① 긴장 관계, ② 상호 작용, ③ 순환 작용)는 체계적으로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모두 시와 사진의 관계를 반복적으로 서술하는 순환 구조에 가깝다. 단계 간의 질적 도약이 없으며, 각 단계는 동일한 관계를 다른 어휘로 변주하는 수준이다. 또한, ‘감응’과 ‘반감’의 이항 구도는 지나치게 단선적이다. 푸코의 공간 개념은 상반된 것들의 병존과 차연 속에서 구성하지만, 최호영의 논문은 이를 단순한 조화와 충돌로 축소한다. 헤테로토피아의 다층성과 불안정성이 ‘감응과 반감’이라는 감정적 대립으로 평면화된 셈이다.

 

비평적 관점에서도 이 논문은 푸코의 헤테로토피아가 지닌 윤리적·정치적 의미를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 푸코에게 헤테로토피아는 단순히 현실과 다른 장소가 아니다. 권력의 질서에 저항하는 장소이다. 그러나 최호영의 논문에서 헤테로토피아는 저항의 장소가 아닌 ‘상상력의 재배치’로 묘사한다. 그 결과, 디카시의 사회 비판적 가능성은 사라지고 형식적 미학만을 강조한다. 또한, 디카시가 디지털 매체 시대의 산물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논문은 매체적·사회 문화적 맥락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푸코의 공간 이론을 디지털 현실의 소비 구조나 SNS 이미지 문화와 접속시키지 못함으로써, 헤테로토피아의 ‘현실적 작동 공간’이 공허해진다.

 

형식적으로도 몇 가지 한계가 눈에 띈다. 우선 선행 연구에 대한 비판이 깊지 않다. 김겸(2022)의 정동론적 접근을 부정합으로 지적하지만, 구체적인 논리적 반박 없이 푸코 이론으로 대체하는 수준에 그친다. 또 논문 전체에서 ‘문학 공간’, ‘제3의 공간’, ‘헤테로토피아’, ‘가상 공간’ 등 유사 개념이 중첩적으로 사용되어 개념 체계가 다소 산만하다. 작품 분석 또한 감응과 반감의 도식을 반복적으로 적용하는 방식이다. 이론에 대입하여 실제 해석을 확장하기보다는 작품 감상의 장식적 장치로 기능하는 경향이 있다.

 

다시 정리하자면, 푸코가 헤테로토피아를 은유로 사용하지 않았다. 푸코는 헤테로토피아를 “실제 존재하는 경우”로 명시하며, 그것이 다른 모든 장소와 맺는 관계 속에서 작동하는 구체적 배치라고 규정한다. 이 개념을 순수한 미학적 공간이나 상상적 장소로 환원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푸코의 헤테로토피아가 아니다. 은유적 확장은 가능하지만, 제도적·현실적 조건의 삭제는 개념 전용이지 확장이 아니다.

 

또한, 감응과 반감의 정서 개념을 푸코의 인식론에서 가져왔다고 명시한 데 있다. 푸코에게서 감응과 반감은 세계를 이해 가능하게 만드는 인식의 질서이다. 주체의 감정 상태가 아니다. 인식론적 개념을 정서적 작용으로 전환하면서도 동일한 철학적 권위를 유지하려는 것은 개념의 재정의가 아니라 범주 오류이다.

 

이 비평은 디카시의 미학적 성취를 부정하지 않는다. 문제는 미학적 성취를 푸코의 헤테로토피아라는 정치적·공간적 개념으로 정당화하려 했다는 점이다. 미학적 분석은 미학의 언어로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나 사회적 배치와 권력 관계를 전제하는 개념을 호출하는 순간, 그 정치적 함의를 제거한 채 미학으로만 환원하는 것은 이론적 불균형을 초래한다.

 

최호영의 논문은 디카시의 미학적 구조를 ‘공간의 철학’으로 정식화한 점에서 분명한 학문적 성취를 지닌다. 그러나 푸코의 개념을 미학적 수사로 전용하는 과정에서 사회 철학적 급진성과 비판적 공간론의 깊이를 상실했다. 헤테로토피아의 철학적 긴장, 즉 권력과 주체의 관계, 제도와 타자의 문제를 제거한 채, 그것을 상상력과 감각의 미학으로 환원한 것이다. 그 결과 이론의 정합성은 높지만, 철학적 정밀성은 약해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

 

결국, 최호영의 논문은 ‘디카시의 공간적 미학화’라는 시도에서 성공했다. 그러나 ‘푸코적 헤테로토피아의 철학화’에서는 한계가 명확하다. 즉, 미학적 체계로서의 완성도는 높지만, 철학적 깊이와 사회적 비판성의 균형을 잃은 글이다.

 

 

[신기용]

문학 박사

도서출판 이바구, 계간 『문예창작』 발행인

경남정보대학교 특임교수

저서:평론집 10권, 이론서 4권, 연구서 3권, 시집 6권

동시집 2권, 산문집 2권, 동화책 1권, 시조집 1권 등

이메일 shin1004a@hanmail.net

 

작성 2026.07.22 10:51 수정 2026.07.22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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